인류는 지난 시간동안 끊임없이 이동수단을 발전시켰고, 그에 따라 인류의 삶의 모습은 계속해서 변화했다.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와 건축 또한 유의미한 변화의 과정을 밟아왔다. 그리고 최근, 자율주행이라는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이동이라는 행위는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 건축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자율주행 자동차는 그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공간에 대한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자동차의 경우, 운전석과 좌석, 트렁크 등의 공간은 더이상 고정될 필요가 없다. 차량 내부 공간이 완전히 자유롭게 구성가능한, 새로운 가치가 부여된 개성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떠올린 또다른 분야의 기술혁신이 있는데, 최근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삶에 이미 깊이 침투한 비대면 인프라이다. 비대면 인프라가 상용화되면서 재택근무와 클라우드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직주일치의 시대가 온 것이다.

직주일치의 시대에서는 더 이상 직장이나 학교 근처로 거주지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지며, 한 곳에 정착하여 살 필요도 없어진다. 또한 주거는 더 이상 단일한 목적을 가진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목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금까지의 주거 관념을 뒤집어버리는 ‘체류의 주거’라는 새로운 주거 형태가 나타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싶은 지역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거주지를 옮기고 싶다면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다. 거주자는 더 이상 '정착'하지 않고,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기간만큼 '체류'한다. 거주지의 이동성과 자유도를 최대한 끌어올린 개념이 바로 '체류의 주거’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하여 체류의 주거를 위한 새로운 주거 공간을 제안하고자 한다. 체류의 주거 형태는 공간적 제약 없이 다양한 지역에서 거주의 경험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지만, 그로 인해 개인의 취향과 기억을 축적한 '내 공간'을 가지기 힘들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본 제안은 이러한 특징에서 착안하여, 자율주행자동차의 내부를 개성적인 나만의 공간인 알파 룸으로 만들고자 한다. 알파 카는 나를 규정할 수 있는 ‘personal space’가 되며,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알파 카와 함께 이동하며 거주환경의 심리적 안정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거주자의 취향의 공간인 차가 ‘핵’이며, 차가 주거 유닛 안으로 들어옴으로써 공간의 성격이 규정된다. 알파 카의 성격에 따라, 또 유닛 안 차의 위치에 따라 약 6m*9m의 주거 공간이 구획된다. 공간의 핵은 주거 공간 전체로 확장되며, 여기에 건물이 제공하는 가변적인 모듈 가구의 자유로운 배치를 통해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주거 제안의 핵심은 차가 주거공간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공간설계의 주인공이 사람이었던 것에 반해, 이 시스템에서는 차량이 공간구성의 중심이 된다. 건물 내부에 차량동선이 관통하여 존재하며, 차는 모든 주거 공간과 부속 공간에 접근 가능하다. 알파 카가 제공하는 콘텐츠 이외에 주거나 커뮤니티에서 필요한 기능들은 건축에서 제공하도록 한다. 이 주거 유닛들은 여러 개 층이 연속적으로 구성되어 수직으로 쌓인 마을을 형성한다.

본 제안은 완결된 한 건물이 아닌 체류의 주거를 위한 건물 시스템의 규칙을 제시하는 데에 목표를 둔다. 주거 공간이 건물의 상층부에 위치하고, 저층부는 상업시설과 마을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구획한다. 차량과 사람이 함께 섞여 있고 내부적으로 동선을 완결한 이 건물 시스템은 체류의 주거를 위한 주거 제안이므로, 거주 가능한 컨텍스트 어디에든 적용 가능하다. 산 속, 바다 앞, 도심 등 누구나 자신만의 살 곳을 고를 이유가 있으며 알파 카 바깥의 컨텍스트를 바꾸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의지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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