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주한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용산기지 반환이 진행되면
용산기지가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되어 부분 개방되고 있습니다.
현재 사전 예약 및 현장예약을 통해 누구나 용산어린이 정원에 방문할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서울시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정원을 기획하고 조성하는 ‘내가 그린 정원’ 프로젝트를 조성하였고,
용산어린이 정원 녹지공간에 5개의 시민참여형 정원을 조성하였습니다.
저희 필디의 전지수 에디터가 ‘내가 그린 정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함께 방문하고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단국대학교 조경학과에 재학 중인 전지수입니다.
작년 2023년에 용산 어린이정원 내 녹지공간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변화시키는 ‘내가 그린 정원 공모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정원은 이양희 작가님을 주축으로 하여, 양경미, 김다은, 박수아, 신아영, 유성주, 이주하, 전지수, 최유빈 학생들이 함께 만든 팀 B;ACE의 작품입니다.
Q. 간단한 작품 설명 부탁드립니다.
A. HOPHOP GARDEN은 뛰노는 모습의 역동성을 담아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용산 어린이정원은 미군 가정이 잠시 머물던 곳입니다. 용산 기지 내 일시적으로 터를 잡고 살아가던 아이들은 자신의 전래문화인 Hopscotch와 유사한 한국의 사방치기를 경험하며, 같지만 서로 다른 놀이를 통해 국경 없는 놀이 문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Hopscoth와 사방치기는 ‘깽, 깽(hop, hop), 착지’하는 신체 활동의 리듬을 안내합니다. 이 리듬을 만들어 내는 패턴이 정원의 두 개의 필드에 새겨져 스스로 놀이를 만들 수 있는 정원입니다. 다양한 높낮이를 갖는 야생 관목과 그라스, 야생화가 있는 정원 속에서 용산 기지의 과거와 오늘을 기억하는 어린이 정원입니다.
Q. 한국의 사방치기와 미국의 Hopscotch를 접목한 작품이라고 하셨는데, 아이디어를 어디서 착안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공모 주제는 용산기지의 기억과 용산공원의 미래를 담은 정원이었습니다. 용산기지는 미군의 마을, 삶의 터전이었고,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 놀곤 했습니다. 이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고 즐겼을까 상상해 보다가 나오게 된 놀이가 사방치기와 Hopcotch입니다. 서로 다른 환경의 아이들이 서로 익숙한 놀이를 함께 즐기며 지냈을 과거를 회상하고, 앞으로 그려질 능동적인 어린이정원을 상상하며 그려낸 설계안입니다. 이 정원에서 아이들은 패턴을 이용해 스스로 룰을 만들어 다양한 놀이를 즐깁니다. 다양한 수직적 요소들이 균형을 잡고, 크게 뛰며, 따라가는 등의 활발한 신체활동으로 확장합니다.
Q. 어떠한 기준으로 정원의 식생을 선택하고 심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대상지는 용산기지 안에서도, 과거 부모님을 따라 한국으로 왔던 수 코스너의 집 앞마당입니다. 수 코스너의 기억 속의 풍경과 어린이 정원에 걸맞은 안전한 정원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수코스너가 살았던 미국, 뉴 멕시코주의 건조한 관목림과 용산기지에서 보이던 탁 트인 한강 남쪽의 모습을 담아내는 식재를 계획하였습니다. 큰 나무는 그늘을 만들고 아그배나무, 쥐똥나무와 같은 작은 나무는 건조한 관목림의 풍경을 묘사합니다. 건조에 강한 크고 작은 숙근초를 배치하여 정원을 탐색하는 즐거움을 줍니다. 키버들, 밥티시아 등 토양정화 수종인 콩과식물, 녹비식물을 적극 도입하여, 토양 속 중금속 농도를 완화하고 토양의 기능을 강화합니다.
Q. 학생 신분으로 실시에 참여하는 대단한 경험을 하셨는데, 직접 시공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으셨나요? 혹은 설계 의도와 다르게 구성된 아쉬운 부분이 있을까요?
A. 사실 학생 설계를 하면서는 조금 허황하더라도 꿈을 펼치는 설계가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진짜로 공모전에 붙게 되고, 실제로 시공까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 오니까 지금까지는 반쪽짜리 설계를 좋다고 꿈꿔왔구나를 많이 느낀 것 같습니다.
처음 설계안과는 다르게 현실과 많이 타협하고, 적당히 넘어가는 것 없이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 참 힘들었어요. 원하는 설계를 서로 맞춰가며 구체화하고, 공사비에 맞는 현실적인 재료를 찾고, 공기에 맞게 모든 것을 세팅하는 과정을 처음 겪다 보니까 오래 걸렸어요. 다시 하게 된다면 제가 팀을 위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Q. 마지막으로, 설계 의도가 가장 잘 구현된 공간은 어디인가요?
A. 저는 깨금발 패턴이 새겨진 두 필드라고 생각합니다. 깨금발 패턴은 사방치기와 Hopsctch를 하는 아이들의 움직임을 담은 패턴이에요. 정원은 단순히 장식을 해놓은 공간이 아니라, 그 정원만의 가치가 담긴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HOPHOP 가든은 깨금발 패턴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자신만의 놀이를 만들어내고, 정원을 탐험하면서 함께 성장(성숙)해 나가는 것을 고대하며 만든 공간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식물들도 성장해나가는 미래를 기대하며, 첫 봄을 맞이할 정원에 놀러와 보시기를 권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