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동네 세탁소가 사라진다. 지난 팬데믹 이후 우리 삶에 다가온 큰 변화는 다양한 온라인·비대면 활동이 보편화되었다는 것이다. 높아진 온라인 수요로 인해, 동네에 있던 작은 상점들은 비대면 서비스를 위한 공간으로 바뀌거나 사라졌다. 특히 세탁소 등 단골 장사에 의존하는 생활 밀착형 업종은 빠른 속도로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주택 단지마다 하나씩은 찾아볼 수 있었던 동네 세탁소가 ‘과거의 유산’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동네의 작은 상점들, 세탁소들은 그 기능 이상으로 주목할 만한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한 ‘동네 세탁소’는 그저 세탁 기능만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세탁물을 맡기기 위해 직접 찾아와 회원가입 대신 몇 번지 누구 이름으로 옷을 맡기며 이웃 주민 간에 얼굴을 마주하는 공간이었던 동네 세탁소는 지역 기반·신뢰도 기반으로 운영되는, 동네의 공동체성을 만들어내던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세탁은 모든 세대, 모든 시대를 아울러 공통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로, 시간이 흐르더라도 항상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필요로 할 기능이다. 모습이 바뀌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지속성을 가진 세탁소는 그 자체로 이미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세탁소를 중심으로 골목에서의 자연스러운 대면을 되살리는 새로운 커뮤니티 방식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웃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세탁기 안에서 빨래가 마구 뒤엉키듯이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고 뒤섞이는 Laundromeet을 그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