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프로젝트 결과물만 보면 영화관을 리뉴얼한 형태이지만, 그 안의 기획 의도나 설정한 공간의 역할까지 전체를 본다면 단지 영화만을 보기 위한 영화관은 아닙니다. 우리가 영화를 보게 되면 영화 속 세계관에 빠지게 되고,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고 몰입하게 됩니다. 영화를 보는 그 순간만큼은 현실이 아닌 영화 속에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영화를 매개로 영화 속 인물들과 현실의 나 사이에 생기는 회상착오를 프로젝트의 주제로 이끌어내었습니다.

우선 프로젝트 과정에서 그 당시 저의 최대 관심사였던 행복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현시점에서 행복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습니다. 인간이 행하는 모든 행위들이 결국에는 행복을 위한 것이며, 일상보다는 비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일상 속의 자아와는 다른 비일상 속 타의적 자아로 정의했습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영화관을 프로젝트 주제로 선정하고, 단어들을 설정해나갔습니다.

엔딩 크레딧 이후에 영화관을 나오면 영화와 현실 사이의 가파른 경계로 인한 공허함을 해결하기 위해 완충 공간을 배치했습니다. 영화 속에 몰입된 내가 영화가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면서 생기는 간극을 완충 공간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고, 완충 공간 속 프로그램인 커뮤니티 및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내면을 바라보며 명상을 함으로써 경계를 느슨하게 하고자 하였습니다.

모호 공간은 영화관의 마지막 장치로 작동합니다. 완충 공간에서 현실과의 간극과 경계를 어느 정도 느슨하게 만들었고, 마지막으로 영화관 밖의 현실로 나가기 전 모호 공간을 통해 영화와 관련된 소품들을 구매하고, 관련 전시를 관람하며 영화에 대한 기억들을 현실에도 가져갈 수 있도록 설정했습니다.

지금까지 다른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추상적인 단어들과 주제 선정에 대한, 그리고 제가 선정한 것들이 공간에 적용되었을 때 이용자들에게도 직관적으로 느껴지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토대로 앞서 정의했던 단어나 프로그램에 대한 것들이 소비자들에게도 경험될 수 있게 구체적인 공간 운영 컨셉을 설정하게 되었고, 유랑이라는 컨셉의 공간 운영에 맞게 티켓 및 연간 회원권도 직접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회상착오는 무의식에서 일어나며, 나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생각들이 도출되는 행위이기에 공간이 무의식을 컨셉으로 디자인된다면 이용자들이 느끼는 회상착오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당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롬으로 만들어진 상징적 오브제에 비친 자신을 보면서 방금까지 몰입했던 영화 속 인물들과 자신과의 끊임없는 혼재가 오버랩 될 수 있도록 했고, 혼재 속에서 주황색의 오브제들이 신경을 끌면서 다시금 현실을 자각할 수 있게 계획했습니다. 또한 크롬이 가진 주변 물체를 과장되어 반사하는 특징이 혼재의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내용과 같이 크롬 소재로 만들어진 상징적 오브제에 자신이 비치는 점과 동선 내에서 좁은 공간과 넓은 공간의 교차, 내러티브 공간에 설치된 천장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는 점이 우연성이라는 컨셉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화관을 새로 짓거나, 다른 영화관 등 선택지가 많았지만 현실에 직접 적용이 되었을 때 기존의 영화관 운영에 지장이 없는 곳을 선택하고자 하였고 그중 사이트로 선정된 CGV 용산 아이파크 몰이 팝업을 진행했던 이력이 있어 선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치 및 동선의 경우에는 제가 의도했던 컨셉들이 하나의 스토리처럼 이용자들에게 느껴질 수 있도록 상영관, 내러티브 공간, 완충 공간, 모호 공간 순으로 구성을 하였고, 또한 공간 사이의 관계를 위해, 완충 공간에서 사람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명상을 하면서 내러티브 공간이 보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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