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필디 에디터단 13 이건희 에디터입니다.
오늘은 홍익대학교 졸업작품 인터뷰입니다.
Q: 기사읽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예술학과 수업을 듣고 있는 장희원입니다. 23년도 졸업전시회에서 언캐니한 도심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설계하는 프로젝트인 “모노리스”를 진행했습니다. 작업물에 관심 가져주시고 뜻깊은 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Q: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흥미로웠던 점에 대하여 말씀해주세요.
A. 가끔 졸업설계를 회상하면, 이런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상상도 못해봤던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설계 프로젝트에서 작가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렸었는데, (2학년때 현상학적 체험에 꽂혔다가 그 구현과 설득이 극악의 난이도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소각장을 주제로 삼았을 때도, 수학처럼 반박할 수 없는 효율성의 논리 위에서 설계를 진행할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그 때문에 어떤 소각장을 원하는 가란 핵심적인 생각을 놓쳐버린 채, 여타 레퍼런스들을 따라 무작정 소각 이외에도 다른 이득을 주는 소각장 안을 여러 개 만드는데 시간을 많이 써버렸고 그중 나한테 충분히 흥미롭고 설득력을 가지며, 프로젝트 발전 동력을 가진 안이 없었습니다.
결국 낭떠러지에 몰려, 아방가르드 정신이 담긴 작업을 하고 싶어 건축의 예술적 측면에 대해 말하고 싶던 지금까지 억눌러왔던 마음을 풀어줬습니다. 결과물로 어떤 것이 나오건 원하는 걸 하면 후회가 없을 것 같았고 당장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취향이 듬뿍 담긴 선택을 해가며, 본인이 어떤 소각장을 하고싶은지도 분명해졌습니다. 이렇게 뻔뻔하고 언캐니한 작업물이 나올 줄, 미니멀리즘 개념이 이렇게 핵심적일 줄, 선언적인 포스터를 내걸 줄은 꿈에도 몰랐고, 계획대로 된 것이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Q: 평소에 좋아하던/영향을 받았던 건축가/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언캐니를 가장 강조했던 졸업설계 프로젝트를 보고 짐작했을지도 모르지만, 요즘 좋아하는 건축가를 꼽으라면 단연코 헤르조그 앤 드 뫼롱과 피터 줌터를 언급할 거 같습니다.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이 마술처럼 우리의 인식을 가지고 노는 것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통상적이고 직관적인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건물들과 그 건축 요소들, 그들이 일으키는 미적 감흥이 너무 흥미로웠고 불투명한 재료를 투명하게 만드는 구축 방식(시그널박스,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무거운 물체의 부유(송은), 주변 건물들과 이질적인 형태(송은) 등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재밌었습니다.
피터 줌터의 클라우스 채플은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이상향 같습니다. 기이하고 선언적인 것 같은 형태, 그리고 지역의 나무로 거푸집을 만들고 양생한 후 마치 제를 지내듯 불태워서 종교적 공간을 만들어 내는 구축 과정은 너무 아름다웠고 ‘예술이라는 게 다 뭐 란 말이야. 효율성과 경제성이 최고지.’라고 생각하다가도, 클라우스 채플을 떠올리면 ‘아, 다 됐다. 난 저거면 된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Q: 작품 특징 혹은 본인이 생각할 때 내 작품은 어떤 걸 중점적으로 했는지 이야기 해주세요.
A. 제 작품의 특징은 좀 뻔뻔한 소각장이라는 것입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어디 혐오시설인 소각장이 도심에서 몸집은 크게 부풀려서 움츠려듦 하나 없이 당당하게 서 있지?’라는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이런 자세를 취하게 된 것은 작업자인 제가 소각장을 어떻게 정의 내리는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아카이브 책 속에서, 본인이 어떤 마음으로 소각장을 대했는지 다시 짐작하게 하는 구절이 있었는데, 박찬욱 감독은 동성인 히데코와 숙희의 러브 스토리를 ”우리 사랑을 인정해주세요“가 아니라 ”당연한 건데 뭐가? 왜?“하는 식으로 굳이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노말한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쓰레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쓰레기가 처리되어야 함을 생각하면 소각장의 존재는 히데코와 숙희의 사랑처럼 당연한일 입니다. 그래서 굳이 설득하고 싶지도 않았고, 간절히 양해를 바라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소각장의 입지가 사회 구조가 아니라 과학에 근거해서, 환경 경제적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우리 집 근처로 선정되었을 때, 본인이라면 별수 있나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설익은 젊은 패기와 낙관도 뻔뻔한 도심 소각장을 설계하는 데 한 몫 했습니다.
이미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소각장에게 도시적으로 어떤 도움이 더 될 수 있는지 또는 주민들에게 어떤 이익을 더 줄 것인지 묻고 싶지 않았고, 소각장이 우리에게 ‘난 거대한 몸을 타고 태어났고 그걸 감출 생각이 없다. 오히려 거대한 몸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굉장히 자랑스럽다. 더 거대하고 단일한 형태로 웅장한 석재의 물성을 잔뜩 드러내며, 언캐니한 재치와 함께 도심에 서 있겠다.’라고 말 걸어 주길 바랬습니다.
Q: 주제를 선정했던 방법 혹은 표현 방법에 대한 팁이 있다면?
A. 한 학기 동안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같이 헤쳐 나갈 수 있을 만큼 애정을 가지는 주제를 선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던 것이나 가치를 두던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우선 본인한테는 흥미가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동력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쓰레기들이 곳곳에서 나오는 데 처리하는 곳은 보이지 않는 것에 평소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고, 방학 동안 손쉽게 소각장을 주제로 결정했습니다. 덕분에 학기 중에 무엇을 할지 보다 어떻게 할지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고, 본인에게 흥미 있는 주제였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후배분들에게 한마디해 주신다면?
A. 졸업설계를 진행하며 도움이 되었던 것 중 하나는 ‘졸업설계’보다는 ‘건축설계(9)’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졸업설계’란 단어에는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건축설계(9)’는 배움의 과정 중이라는 뉘앙스가 더 강하다. 결과에 조급해질 때마다, 배움과 프로젝트의 완결성이 본인에게 더 우선임을 생각하며 균형을 잡았습니다.
실용적인 조언은 하루빨리 3D프린터를 사서 아무거나 뽑아보라는 것입니다. 간단한 모델링만 하면 알아서 모형을 뽑아주는 게 여간 도움되는 게 아니고,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곡선의 표현과 같은 많은 부분이 우리의 손보다 훨씬 정교하고 깔끔한 점이 좋았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신 장희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이건희 에디터였습니다.
감사합니다.